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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5.05
- 2008.05.03
모티브가 되는 시는 적었는데
이것도 침묵의 일종으로 보고 싶네요
그런데 노래는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서요;;
좀 장르가 안맞기는 하지만
프로그레시브나 일렉트로니카쪽으로
만들어봤으면 좋겠는데요
난 지금 어디에 서 있는걸까
난 여기서 뭘 찾고 있는걸까
기억에 없는 이 푸른 언덕위에서
저기 너가 나를 기다리고 있어
아, 나를 부르고 있어
너에게 다가가고 싶어
넌 저기서 나를보며 환하게 미소짓는데
난 너에게 다가갈수가 없어
좀더 가까히 만지려 손을 내밀어보지만
아, 손이 뻗어지지가 않아
발이 떼지질 않아
너를 만질수가 없어
결국 웃으며 돌아서는 너의 뒷모습을 보고
떠지지 않는 눈을 애써서....
폭우가 내리던 어느날...
어느 한 남자가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한 손엔 우산을, 한 손엔 커피를...
걷는 도중에 커피를 마시려고
잠시 팔을 들어올린 그는,
공교롭게도 맞은편에서 달려오던
한 여자와 부딪히게 되었다.
남자는 커피를 뒤집어 쓰게 되었고
여자는 물 웅덩이에 그대로 쓰러졌다.
둘 사이에는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그 어색한 침묵속의 빗소리를 뒤로하고
여자는 일어나서 그대로 달려갔다.
차가운 빗줄기 사이에 느껴진 따뜻한 눈물.
남자는 의아해하며 손을 뻗었지만
이미 여자는 그의 거리에서 벗어난 후였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후였다.
그 날도 폭우가 내리고 있었다.
남자는 역시 커피를 들고 있었다.
어느정도 걸었던 것일까.
어느덧 며칠전에 여자와 부딪혔던,
그 장소에 다시 오게 되었다.
그 여자는 누구였을까?
왜 눈물을 흘리고 있었을까?
남자가 커피를 마시려고 손을 든 순간,
그는 팔에 다시 누가 부딪히는 것을 느꼈다.
혹시나 하고 옆을 돌아 보았다.
역시 그 날의 여자가 있었다.
하지만 그 여자는 남자를 한번 쳐다보고는
고개를 숙이고 앞으로만 갈 뿐이었다.
남자는 여자를 불렀다.
여자의 걸음이 잠시 멈추었다.
그리고는 서서히 뒤돌아 본 슬픈 표정...
까페에 들어간 후에도
남자와 여자사이에는
알 수 없는 묘한 침묵이 흘렀다.
남자는 침묵에 눌려 말을 못 붙이고
비가 내리는 창밖만 바라보고 있었다.
커피......여자가 처음으로 꺼낸 말이었다.
커피 좋아하세요?
남자는 알 수 없는 질문에 의아해했다.
커피는 쓴 추억만이 녹아 있을 뿐이에요.
크림같은 기억을 넣어보아도,
커피의 향은 지울 수가 없어요.
여자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메모를 남기고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남자는 사라지는 여자를 붙잡을 수 없었다.
메모를 보니 다음날 낮에
같은 자리에서 보자는 것이었다.
남자와 여자는 그렇게
커피를 사이에 두고 만나게 되었다.
어느덧 연인이 되어버린 그들이었지만,
까페에 앉아있을 때면
어김없이 처음에 마주했던 침묵이 있을 뿐이었다.
여자가 일어나면 남자가 따라 일어나는 식.
처음 만날때와 변한 것이 없었다.
커피를 시킬때면
남자는 아무 커피나 마시는데 반해,
여자는 항상 제일 쓴 블랙커피를 마셨다.
남자는 여자에게 물어보았다.
왜 항상 블랙커피만 마시는거죠?
여자는 잠시 생각하더니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크림과 섞이지 못하는 쓴 기억을 잊지 못할꺼라면,
차라리 이대로 속죄하는게 나을거 같아서요.
쓴 기억? 속죄라니?
남자는 물어보았지만 여자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일년이 지난 어느 날,
폭우가 쏟아지던 어느 여름 날이었다.
여느 때 처럼 까페에서 커피를 마시던 그들이지만,
남자는 다른 때와 분위기가 틀린 것을 느꼈다.
톡 터지면 와르르 쏟아질 것만 같은 느낌.
남자는 그 이상한 느낌을 떨치고 말을 걸었다.
우리가 만난게 벌써 1년이 지나갔어요.
그 날도 오늘처럼 비가 많이 오는 날이었지.
그 때 내가 멈추지 않았었으면
난 당신을 만나지 못했을 꺼에요.
여자는 창밖을 바라보며 남자의 말을 들었다.
아니, 들었는지 아니었는지
무표정한 얼굴로 있을 뿐이었다.
어색한 침묵이 잠시 흐르고
커피를 한 모금 마신 여자는
고개를 숙이고 가녀린 입술을 열었다.
차라리 만나지 않았었더라면...
며칠이 지난 뒤,
그 날도 폭우가 쏟아지는 날이었다.
남자는 창밖을 바라보며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의 앞에는 평소와는 다르게
블랙커피가 놓여져 있었다.
그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아무런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잔을 내려놓고, 그는 잠시 생각했다.
그 날, 여자는 남자에게 헤어지자고 말했다.
남자는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뭐라고 말을 하려는 순간, 여자가 그의 입을 막았다.
아무런 말도 하지 마요, 내가 말할께요.
나 사실 작년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어요.
나와 그 사람은 커피를 좋아했어요.
그 사람과 만날 때면, 항상 까페에서 커피를 마셨어요.
그와 까페에 못갈 때에는,
그가 타준 커피를 마시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어요.
당신과 만나기 며칠 전, 비오는 날이었어요.
그 날, 그 사람과 까페에서 커피를 마시기로 약속했어요.
하지만, 난 일이 있어서 집에 있게 되었고,
난 그에게 집에 와서 커피를 타 달라고 졸랐어요.
그는 곧 가서 타 주겠다고 약속했어요.
그렇게 약속했었는데......
그는 결국 약속을 지키지 못했어요.
빗길에 나를 만나러 오다가 사고가 나서......
그는 그렇게 가버렸어요.
모든 게 내 책임이었어요.
그 사람한테 나중에 만나자고 하였을 것을,
커피는 나중에 마셔도 되는건데,
괜히 내가 그에게 조르는 바람에......
전 그가 가는 마지막 길에
그와 함께 커피를 뿌렸어요.
생전에 주지 못했던 제가 탄 커피를...
그리고 며칠 후에
그와 자주 갔던 까페에 갔어요.
그리고 혼자 블랙커피를 마셨어요.
너무나 쓰더군요.
그 사실이 너무 슬퍼서 난 뛰어 나갔어요.
그 때 당신과 부딪히게 되었고,
당신과 만나게 된 거에요.
그 후로, 전 행복을 찾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까페에 들어오면 언제나 찾아오는
차가운 침묵과 쓰디쓴 커피의 향.
그리고 항상 찾아오게 되는 이 자리.
그래요. 이 자리는 그 사람과 항상 찾는 자리였어요.
전 예전의 기억에서 나올 수가 없었어요.
침묵이 항상 저를 짓누르는 것 같아서
블랙커피를 마시면서 속죄하려고 했지만,
저와 같이 있어주는 당신이 너무 안쓰러워서...
한참을 생각했어요. 그리고 결정했어요.
전 여기를 떠나기로 결심했어요.
예전에 제가 죽인거나 다름 없는 그 사람이나,
제가 이렇게 상처주고 있는 당신에게
이제 저는 더 이상 쓴 기억을 남기고 싶지 않아요.
당신과 함께 한 순간들...... 즐거웠어요.
앞으로도 잊지 못할 거에요.
하지만 가장 잊혀지지 않는건,
역시 당신과 함께 마신 커피겠죠?
부디...... 행복하세요.
남자는 다시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아까는 느끼지 못했던,
이 세상의 모든 아픈 기억의 맛이 느껴졌다.
그녀는 이 쓴 기억을 혼자서 마시려 했던 것이다.
크림으로도 섞이지 못할 쓴 기억을
그녀는 눈물을 삼키면서 마셨던 것이다.
남자는 한 모금 더 마셨다.
얼굴은 이미 눈물바다가 되어 있었다.
혼자 빗줄기를 바라보며 마시는 블랙커피는
역시 쓴 기억이었다.
그 후로 남자는 폭우가 쏟아지는 날이면,
여자와 함께했던 자리에서 홀로 커피를 마셨다.
자신이 그녀에게 상처를 입혔다는 마음에
그는 항상 블랙커피만을 마셨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그녀는 결국 돌아오지 않았다.
어느 비오는 날, 그녀가 사고로 죽었다는 소식만을 들었다.
남자는 여자의 혼이 뿌려진 언덕에 올랐다.
그는 나무에 기대어 앉아 가져온 보온병을 열었다.
그리고는 블랙커피를 따라 주위에 뿌렸다.
그는 잠시 말 없이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가져온 크림을 한 스푼 떠서 주위에 뿌렸다.
후... 이젠 쓴 기억들이 녹는 것을 느껴요?
단 한 스푼이면 될 것을... 바보같은 사람.
그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그의 얼굴에는 조용히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눈물과 함께 하늘에서도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를 위로해주는 그녀의 마음 같은,
그와 처음 만날 때의 폭우.
남자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드디어 진심으로 미소짓고 있었다.
다시 돌아온 남자는
그녀와 함께했던 까페로 갔다.
그리고 크림을 잔뜩 넣은 커피를 마셨다.
쓴 기억을 녹여줄 부드러운 크림.
그는 다시는 블랙커피를 마시지 않았다.